• 최종편집 2024-08-14(수)
 

이 책은 2022년 2월에 시작된 이상한 전쟁, ‘우크라이나전쟁’의 원인, 경과 그리고 해법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한신대학교 이해영 교수는 “푸틴 치매설” “러시아군 키예프 대패설” 등 이 전쟁에 대해서는 한쪽(이른바 서방 1세계)으로 치우친 해석/보도에 관하여 “과연 사실이 그러한가?”라고 질문한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쟁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브레히트의 연극처럼 이 전쟁을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을 낯선 방향으로 뒤집고, 이 전쟁의 드러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국면으로 독자를 잡아당긴다.

지은이는 전쟁과 평화는 천당과 지옥처럼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절대로 이을 수 없는 사건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의 해석이라고 말한다.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라 상호의 이익과 전략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전쟁의 다른 국면을 가리킨다. 전쟁이 정치라는 선으로 평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전쟁의 해석을 통해 해법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바로 그 순간 평화를 상상하고 실행할 교두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지정학적 변화를 인식하고 미래로 나아갈 교두보를 찾고자 한다. 나아가 그로부터 이어질 미래 한국의 삶을 상상한다.


이해영 - 우크라이나.jpg

 

■목차
머리말

1장. 들어가며

정답 없는 전쟁을 바라보며
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1
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2
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3

2장. 전쟁의 성격과 원인

1 대리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전쟁
─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실존 위협론’
─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대응
─우크라이나전쟁은 제2의 아프가니스탄전쟁인가?
2 ‘내전의 계속’으로서 우크라이나전쟁
─2014년 마이단: 존엄혁명 아니면 ‘뻔뻔한 쿠데타’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3 루소포비아의 정치학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

1 전쟁은 언제 시작되었나?
2 전쟁의 1단계: 러시아의 패배인가 거대한 기만인가?
3 전쟁 2단계의 전개와 특성
─전쟁의 전개 양상: 작전과 전투
─아조프연대와 마리우폴 전투
─탈산업화 시대의 물량전
4 하이브리드전쟁
─경제전쟁으로서 대러 제재: EU의 자해인가 러시아의 고립인가?
─프레스티튜트와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언론(정보)전쟁
5 전쟁의 3단계: 돈바스를 넘어 노보로시야?

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1 지정학적 대전환과 신냉전: 단극에서 다극으로
─다극 체제로의 평화적 이행은 가능한가?: 지정학의 귀환과 중러 전략협력 체제
─미국의 대전략: 글로벌 나토와 동맹 궁핍화
─다극 체제와 글로벌사우스
2 달러 헤게모니의 위기: 새로운 준비통화의 출현
3 산업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 글로벌 경제의 종말?
4 정의로운 신세계질서?

5장. 한국의 ‘지정치경제적’ 대위기?

1 한국의 지정학적 정체성과 오리엔탈리즘
2 한국의 대전략: 다극 체제와 포스트 한반도평화프로세스

6장. 클라우제비츠와 함께 칸트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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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대리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전쟁
개전 초기부터 나는 이 전쟁은 고전적 전면전(적지, 적 영토의 점령을 동반한 적의 완전 섬멸과 무장 해제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 정치적 목표에 과연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점령과 이후의 정권 교체까지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푸틴은 개전과 동시에 이 전쟁의 정치적 목표로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군사화’를 제시했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치고 있는 특수 군사작전은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인 셈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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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대응

나토 동진, 특히 그 순번이 우크라이나에 왔을 때 이 문제가 얼마나 휘발성이 강해질지 미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8년 2월 1일자 모스크바발 비밀 전문을 살펴보자. 미국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국무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나토, 유럽연합 협의기구로 전달된 전문은 “러시아는 나토에 의한 포위와 역내 영향력 축소 시도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되지 않은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중략) 나토 가입 문제가 장기적으로 미러 관계의 최대 불안 요소이며, 양국을 전형적인 대결 태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보고한다. 즉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초래할 위험에 내전과 영토 분할, 신냉전이 모두 포함되므로 이는 결국 러시아가 개입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밝힌다. 즉 이 말을 뒤집으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강요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

2014년 마이단: 존엄혁명 아니면 ‘뻔뻔한 쿠데타’
저항운동의 첫날부터 급진 민족주의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마이단에 가담했다. 진보, 현대화, 인권 등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세력과 급진 민족주의파의 합류는 시민 저항이 반헌법적 정권 타도로 귀결된 무장 투쟁으로 바뀌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 마이단 혁명에서 급진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쿠데타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마이단운동이 형성되었다. 이 근시안적이고 불행한 동맹의 비극적 결과를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다. 젤렌스키는 앞서 약속한 화해 정책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세력 쪽으로 유턴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 중 소수에 불과한 급진파 정치인, 법원, 경찰관, 미디어 종사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프로파간디스트들은 “젤렌스키는 유대인이라서 나치가 될 수 없다”라고 되풀이한다. 그러나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어젠다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우크라이나의 정치 과정을 통제하는 이들이 바로 급진 세력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은 네오나치의 공간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배후에는 당연히 미국이 있었다. 특히 나토 대사를 지냈고 현재 국무부 차관인 빅토리아 눌런드가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무장 나치들은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 군경을 대신해 사실상 미국이 조직한 국립 경찰을 장악했고 국방군에도 정식 편입된 상태다. 조선의 해방 직후를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이유로, 또한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지원한다는 구실로 인종주의, 백인 우월주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나치 집단의 뒷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떻게 네오나치가 국회의장이 될 수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

전쟁의 1단계: 러시아의 패배인가 대기만술인가?
젤렌스키는 한편으로 나토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해야 나토 가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전쟁을 일종의 나토 입장권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4월 러시아 국방부는 ‘전쟁 2단계’를 선언했다. 그러자 서방 언론은 러군이 키예프 점령에 실패해 패주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했다는 말이다. 이 우크라이나 대승론은 장기 전쟁의 모멘텀이다. 이로써 전장의 실제 상황과 분리 자립된 상상 속의 내러티브 전쟁이 시작되었다. 관념 속, 머릿속 새로운 전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

탈산업화 시대의 물량전
첫째, 미국의 연간 포탄 생산량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잘해야 10일에서 2주를 버틸 수 있다. 둘째, 러시아는 지금까지 1100발에서 21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은 연간 110발의 프리즘PRISM, 500발의 재즘JASSM, 60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구매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러시아가 고작 3개월 만에 미국이 한 해에 생산하는 미사일의 네 배를 태워버렸다는 뜻이다. 버시닌 중령은 미국의 포탄 재고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10~1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군이 참여한 최근의 워게임에서 영국군은 확전 8일 만에 비축한 포탄을 다 써버렸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 버시닌은 서방은 대규모 전쟁을 치를 만한 산업 역량이 없다고 추론한다. 두 강대국의 장기전에서 승패는 어느 쪽의 제조업 기반이 더 튼튼한지에 달렸다. 국가는 미래 전쟁에서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유사시 무기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 설비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서방은 둘 다 없다는 것이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

경제전쟁으로서 대러 제재: EU의 자해인가, 러시아의 고립인가?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러시아를 굴복시킬 거라고 오판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사실은 그 반대다. 러시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면 러시아의 수출은 서방의 경제 후생에 결정적이다. 러시아가 밀, 탄산칼륨, 가스, 석유, 팔라듐, 제련 니켈, 그 밖의 핵심 광물을 서방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유린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

프레스티튜트와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언론(정보)전쟁
마이클 허드슨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인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반전을 말하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보도하는 매체는 놀랍게도 공화당 우파인 폭스뉴스이다. 오직 이 채널만 러시아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사태를 우리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전쟁에 반대하는 세력은 공화당과 우파이다. 좌파는 찬성 일색이다. 좌파가 집권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사태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다.” 지금 이 전쟁은 네오콘 전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리버럴 혹은 진보네오콘의 대리전쟁이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

미국의 대전략: 글로벌 나토와 동맹 궁핍화
조약의 이름은 ‘북대서양’으로 한정되는데 신전략 개념은 슬그머니 ‘유럽과 대서양 지역’으로 확장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의 “체제 변경 도전systemic challenges” 위협을 강조한다. 더군다나 중러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로 인해?입만 열면 등장하는?‘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이제 이번 신전략을 나토판 ‘신냉전’ 선언이라 할 만하다. 나토는 좁은 유럽을 벗어나 글로벌 군사동맹을 선언한 셈이다. 인구로 보면 서구 대 비서구는 각각 12퍼센트와 88퍼센트를 차지한다. 서구와 브릭스의 인구는 각각 7억 8000만 명과 32억 명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경제력은 아직 전자가 크지만 10년 안에 뒤집힐 것이다. 브릭스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가운데 이란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이집트도 가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는 서방(한국 포함) 대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로 블록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당수의 국가는 둘 사이의 완충지대에 남으려 할 것이다. 양대 블록의 관계가 안정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것은 또한 리버럴과 콜로니얼 대 포스트리버럴과 포스트콜로니얼 블록 사이의 분계다. ---「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중에서

정의로운 신세계질서?
정치군사적 차원에서는 미국과 나토 블록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개입주의를 억지하는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다. 시리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이 일례가 될 수 있다. 중국 또한 핵심 이익 영역에 군사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양극 지경학은 미국의 군사비를 압박하고, 이로 인해 미국은 부단히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고삐 풀린 과잉 팽창을 냉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을 머지않아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력을 해외 투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다극 체제가 완성될 것인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 경과단계로 양극과 다극이 혼성하는 체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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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우리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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