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타이 안은 조선출신의 유일한 나치독일의 <제국음악협회> 회원이었다. 전 사회를 완벽하게, 전일적으로 조직화했던 나치독일에서 이 협회는 말하자면 음악분야의 나치 선전일꾼들의 조직이었다고 보면 되겠다. 아래 사진은 음악학자 이경분이 찾아 낸 에키타이 안의 회원증 사본이다.
내용을 보면, 성명: A h n /Ekitai, 주소: Grunewald구, Gustav- Freytag- str. 15번지, 생년월일: 1911년 12월 5일, 출생지: 동경/ 일본, 국적: 일본, 직업: 지휘자 겸 작곡가, "제국영토내 근로허가(A.G.)를 부여함" 이라고 오른 쪽 하단에 적혀 있다. 여기서 에키타이 안은 자신의 출생지를 평양이 아니라 동경이라고 명백히 허위로 기재하고 있다. 그리고 출생년도도 1906년인데 1911년이라고 되어 있다.
특히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것은 사각 스탬프안의 내용이다. 그대로 옮기면,
Nachteilige Notierungen in politischer Hinsicht liegen nicht vor.
(정치적 관점에서 흠결이 될 만한 기재 사항 없음)
Reichssicherheitshauptamt 4 C Id (제국안전본부 4국 C실 I과 d)
Berlin, den 24 Juli 1943 (1943년 7월 24일 베를린)
줄여서 흔히 RSHA라 불리는 제국안전본부에는 모두 6개의 국이 있는 데 <제4국>이 바로 그 유명한 게슈타포(Gestapo, 국가비밀경찰)다. 제4국 곧 게쉬타포내에는 다시 A(저항세력), B(세계관등 사상검열), C(기록관리), D (점령지), E (방첩), P(외사업무)등 6개의 실이 있다. 그중 4국 C실 1과는 심사등 기본적인 기록관리, 일종의 존안카드를 관리한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정치적 관점에서 흠결이 될 만한 사항 없음'은 게쉬타포가 해당 인물에 대한 신원조회를 하고 회신을 할 때 관용적으로 흔히 사용하던 문구다. 쉽게 말해 에키타이 안의 사상등 신원은 게쉬타포가 보더라도 별 하자가 없다는 말로 보면 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에키타이 안의 주소를 보자. 그뤼네발트는 베를린 서쪽의 호숫가 고급주택가다. 나도 베를린 있을 때 좀 가볼 라 하다가 너무 비싸 꿈도 못꾼 구역이다. 그 중 구스타프 프라이탁가는 바로 호수에 면해 있는 주택가다. 음악학자 송병욱이 밝혀 냇듯이 이 집은 일본외교관 이하라 고이치가 거주하던 집이자 사무공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한 때 애국가를 작곡할 정도로 '불령선인'이었던 안익태, 이제 일본대사관이 확실하게 신원을 보장해 주는 그래서 게쉬타포조차도 정치적 하자가 없다고 판정해 준 그런 '동경'출신 일본인으로 완벽 변신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