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의 ‘애국가’를 꼭 불러야 하나?
이해영 한신대학교수와 김형석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 논쟁
[더뉴스=김재봉 선임기자] 애국가(愛國歌)의 뜻(意味)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를 말한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 고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앞으로 함께 나가자는 뜻을 내포한 노래, 과거의 찬란한 역사와 영광, 그리고 현재의 자긍심을 담은 노래 등 다양한 노래들이 애국가로 불릴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애국가는 안익태의 애국가 외에는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 이승만-박정희 정권출범과 함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고향의 봄’, ‘임을 위한 행진곡’, 윤도현의 아리랑‘, 아, 대한민국’ 등 수 많은 노래가 애국가로 불릴 수 있다.
대한민국은 법률로 수도(首都)와 국가(國歌)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 기능을 다하고 있지만,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고 정하지 않고 있으며, 안익태의 애국가 역시 ‘대한민국의 국가(國歌)는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로 한다’란 결정을 하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안익태는 친일행각에 히틀러 치하의 독일제국에서 나찌의 선전도구로 또는 일제의 선전도구로 활용된 음악가다. 각종 자료를 통해 안익태는 적극적인 친일행각을 저질렀고, 나찌 치하의 독일에서 히틀런 편에 서서 음악활동을 하고 돈을 받은 사람이다.
위키백과에서 안익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고 있다. “안익태(安益泰, 스페인어: Eak-tai Ahn, 1906년 12월 5일 ~ 1965년 9월 16일)는 대한민국 출신의 스페인 작곡가, 첼리스트, 트럼페터,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이다. 호(號)는 산남(山南)이다. 1945년 8.15 조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서울의 숭실중학교와 숭실고등학교에서 각각 명예 졸업장을 수여받기도 한 그는 대한민국의 국가(國歌)인 애국가를 작곡했으며, 대표 작품으로 한국환상곡이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올라가 있다.”
안익태 케이스의 저자 이해영 교수(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국제관계학부)는 오랜 시간 안익태와 그가 작곡한 애국가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6월 24일 가평 ‘포럼 1939:음담패설’에서 이해영 교수와 안익태기념재단 김형석 연구위원장의 찬반논쟁이 있었다.
이해영 교수는 안익태의 친일행각과 친나찌행각 및 1942년 9월 18일 연주된 만주국환상곡이 일제의 꼭두각시 정권인 만주국 10년을 찬양하는 내용이었으며, 이후 80년대 ‘안익태추모사업회’에서 만주국 찬양 부분에 ‘나의 사랑 한반도’로 변경한 사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김형석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은 안익태 애국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안익태가 음악가로 활동하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였으며 독일제국시대였는데,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안익태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시기였다고 주장했다.
김형석 연구위원장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취재기자는 “일제 강점기였고 독일 제국시대였다고 하지만, 한반도 내에서도 조국 독립운동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일제가 세운 만주국 안에서도 항일독립투사들이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다. 그런데 왜 안익태는 친일을 선택했는가?”라고 질문했지만, 김형석 연구위원장은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토론에서 이해영 교수는 “대한민국 애국가로 법률로 공식 지정된 곡은 없다. 애국가는 대통령령으로 제정되어 법률상 근거가 없고, 대통령령에도 ‘애국가를 부른다’라고 되어 있지, 누구의 애국가를 부르라고 하지 않았다”라고 사실 확인을 하며, “대통령령은 공무원들은 지킬 의무가 있지만, 국민들은 지킬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성문법의 국가이며, 관습법을 지키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이해영 교수는 “안익태의 애국가를 애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형석 연구위원장은 “서울을 대한민국 수도로 하는 것도 관습법 아닌가?”란 주장으로 안익태의 애국가가 대한민국 공식 애국가로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은 격한 논쟁으로 번졌다. 김형석 연구위원장은 안익태 애국가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이야기를 이어갔고, 이해영 교수는 안익태 기념재단에서는 안익태의 친일부역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애국가, 대한민국의 국가로서 정당한가?’ 토론회는 사실 안익태기념재단에서 회심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 안익태의 친일행각과 친나찌행각을 더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자리로 안익태의 애국가를 국가로 부를 수 없다는 당위성을 더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