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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애국가에 국가(國歌)의 자격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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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영화 스크린쿼터 등 사회와 현실의 첨예한 이슈에 예리한 정론으로 지식인의 책무를 다해온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애국가’를 들고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음악적 가치가 아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애국가가 과연 국가(國歌)로 적절하고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정치적 행위로서 국가란 무엇인지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물음을 우리에게 묵직하게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은 저자가 오랫동안 치열하게 찾은 자료들의 제시와 분석, 날카롭고 곧은 정치·역사적 관점 속에서 역동적으로 전개된다.국가(國歌)는 시민 주권의 구현체인 국가(國家)와의 정서적 결속이자 충성의 서약이다. 따라서 국가(國歌)는 정치적이고 시민 종교적인 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으며 공동체의 합의된 가치인 애국을 담아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국가(國歌)로서의 자격을 현재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르고 듣는 안익태의 [애국가]에 묻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숭고한 애국심을 지닌 [애국가]의 작곡자이자 한국을 빛낸 세계적인 음악가라는 휘장 속에 가려진 안익태의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행적과 [애국가]의 변천 과정을 통해 과연 우리가 [애국가]를 국가로 제창하는 것이 적절하며 이것에 대해 합의할 것인지 우리에게 판단을 요구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1. 안익태 「애국가」의 탄생2. ‘프린스 리’는 누구인가?3. 더블린에서 베를린으로4. 그러면 에하라 고이치는 누구인가?5. 「에텐라쿠(월천악越天樂)」인가, 「강천성악(降天聲樂)」인가?6. 슈트라우스의 「일본 축전곡」과 에키타이 안7. 독일 협회(獨日協會, Deutsch-Japanische Gesellschaft)와 나치 독일8. 1942년 9월 18일 그날의 「만주국」9. 우리에게 만주국이란? 소설가 박영준, 그리고 에키타이 안의 경우9.1. 만주국의 민족 협화9.2. 소설가 박영준의 「밀림의 여인」 개작9.3. 에키타이 안의 「만주국」 개작10. 「애국가」 논쟁: 국가 상징의 재구성을 위하여10.1. 두 개의 ‘분단’ 애국가의 형성10.2 안익태 「애국가」의 공고화: 이승만과 박정희10.3. 봉인과 도전참고문헌, 사진 및 도판 출전맺는 말
■출판사 리뷰
에키타이 안에게 애국을 묻다애국가가 포함된 '코리아 판타지'는 1938년 더블린에서 초연됐다. 안익태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조선의 새 '애국가'의 작곡가라고 말하지만 임시 정부는 안익태 작곡의 '애국가' 신 곡조의 사용을 허가했을 뿐이었다. 더블린 초연 이후 안익태는 에키타이 안Ekitai Ah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에하라 고이치江原綱一의 베를린 저택에 2년 반 가까이 기거했다. 에하라 고이치는 다름 아닌 주 베를린 만주국 외교관으로 위장한 일본 정보기관 총책이었으며, 다양한 분야에 있는 300여 명의 정보원을 관리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정황들은 에키타이 안이 일본 정보기관의 특수 공작원이나 정보원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최소한 에키타이 안은 유럽에서 추축국 중심으로 연주 여행을 하며 일본제국을 선전하는 고급 나팔수 역할을 하고 편익을 제공받았다.일본 궁중음악에서 우리 전통음악으로의 둔갑저자는 안익태의 행적만이 아니라 그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친일적 성격을 파헤치고 후에 이 작품들이 우리 앞에 나타날 때까지의 변모들을 보여준다. 우선 '강천성악(하늘에서 내려온 음악)'은 전통 아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59년 작곡된 것이 아니다. 악보와 음원은 존재하지 않지만 일본 아악의 선율을 서양 악기로 편곡해 전시 유럽에서 선전용으로 연주한 '에텐라쿠'의 개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남아 있는 영상 자료를 비교하여 저자는 밝히고 있다.또한 에키타이 안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대일본제국 2600년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하고 일본 천황에게 헌정한 '일본 축전곡'의 지휘를 맡았다. 출생지를 평양이 아닌 동경으로 적은 에케타이 안의 나치 독일의 제국 음악원 회원증에는 나치 독일 비밀경찰의 ‘정치적 관점에서 흠결이 될 만한 기재 사항 없음’이라는 스탬프가 찍혀 있다. 나치 비밀경찰로부터 정치적 흠결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의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의 관계로부터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당시 독일 협회(獨日協會)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은 예술과 문화 교류를 통해 정치적·군사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 했으며 그 중심에 독일협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에키타이 안의 베를린 필 연주회는 바로 이 독일 협회의 주최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만주국 환상곡'의 '한국 환상곡'으로의 변신에키타이 안은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 음악회를 위해 만주에서 유행하는 선율들을 활용하여 '만주국 환상곡'을 만든다. 이 곡의 작사는 일본 정보기관 총책 에하라 고이치가 맡았다. 문제는 우리가 부르고 듣는 애국가가 '만주국 환상곡'의 피날레 부분이라는 것이다. 일본제국이 만주 사변 이후 세운 괴뢰 국가인 만주국의 건국을 축하위해 만든 곡을 우리의 국가로 재사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에키타이 안은 친일 부역의 산물인 '만주국 환상곡'을 1944년 파리 해방을 앞두고 파시스트 독재 국가 스페인으로 도주하면서 악보를 폐기했다. 그리고 1938년 더블린 판을 개작하여 새롭게 1944년 판 '한국 환상곡'을 냈다.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유사한 주제를 되풀이하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스스로 만든 '애국가'를 ‘매국’의 도구로 재활용하다 그것을 다시 애국이라 주장하면서 그 중간 과정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우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언어도단이다.상상의 법정을 열 때해방 이후 안익태의 애국가는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대한민국의 정식 국가(國歌)에 대한 필요성으로 점차 확산되었다. 법정(法定) 국가는 아니지만 ‘관행상’ 국가로 기능한 것이다. 이후 안익태는 이승만 정권에 친화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박정희 정권에도 영합하는 행위를 보였다. 2000년 '만주국 환상곡' 영상이 발견되기 전까지 애국적 인물로 영예와 권력을 누렸던 것이다. 반민족 행위 처벌법은 폐지되었지만 우리는 상상의 법정을 열어 이른바 ‘기억 투쟁’을 해야 한다. 에키타이 안은 민족정신과 신념을 배반하고 일본 침략주의에 협력하는 부역을 했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여기에 대하여 저자는 통일 전까지는 현행 그대로 두거나 제2의 애국가를 만들어 부르기, 공론화하여 새로운 애국가를 공모하기 등의 대안들은 제안한다.
■저자소개 - 이해영
1962년 마산에서 나고 부산 혜광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울대학교 지역종합연구소 특별연구원을 거쳐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지금에 이른다. 이 대학에서 국제평화인권대학원 원장을 맡은 적이 있고, 그 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KNCC, 국제통상연구소등 다수의 시민단체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해 왔다. 산업통상부, 몇 개의 국회상임위,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도 오랫동안 자문을 한 바 있다. 21세기정치학회 이사를 했고, 한국안보통상학회,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 (독문, 1994)를 상재했고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2000), 『낯선 식민지, 한미 FTA』(2006)를 저술했다. 이 밖의 공저로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2008), 편저로 『1980년대: 혁명의 시대』(1999), 『한미FTA 국민보고서』 (2006),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2007)가 있다. 논문으로 「칼 슈미트의 정치사상: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중심으로」(2004) (『21세기 정치학회보』 14(2)호), 「역사문제와 ‘동맹의 논리’: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중심으로」(2016) (『씨알의 소리』 2016년, 11·12호) 등 다수가 있다. 주된 연구 영역은 서양정치사상과 국제정치경제다. 대학에선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을 강의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하면서 한미관계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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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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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우리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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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2년 2월에 시작된 이상한 전쟁, ‘우크라이나전쟁’의 원인, 경과 그리고 해법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한신대학교 이해영 교수는 “푸틴 치매설” “러시아군 키예프 대패설” 등 이 전쟁에 대해서는 한쪽(이른바 서방 1세계)으로 치우친 해석/보도에 관하여 “과연 사실이 그러한가?”라고 질문한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쟁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브레히트의 연극처럼 이 전쟁을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을 낯선 방향으로 뒤집고, 이 전쟁의 드러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국면으로 독자를 잡아당긴다.지은이는 전쟁과 평화는 천당과 지옥처럼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절대로 이을 수 없는 사건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의 해석이라고 말한다.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라 상호의 이익과 전략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전쟁의 다른 국면을 가리킨다. 전쟁이 정치라는 선으로 평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전쟁의 해석을 통해 해법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바로 그 순간 평화를 상상하고 실행할 교두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지정학적 변화를 인식하고 미래로 나아갈 교두보를 찾고자 한다. 나아가 그로부터 이어질 미래 한국의 삶을 상상한다.
■목차
머리말1장. 들어가며정답 없는 전쟁을 바라보며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1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2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32장. 전쟁의 성격과 원인1 대리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전쟁─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실존 위협론’─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대응─우크라이나전쟁은 제2의 아프가니스탄전쟁인가?2 ‘내전의 계속’으로서 우크라이나전쟁─2014년 마이단: 존엄혁명 아니면 ‘뻔뻔한 쿠데타’─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3 루소포비아의 정치학3장. 2022년 전쟁의 전개1 전쟁은 언제 시작되었나?2 전쟁의 1단계: 러시아의 패배인가 거대한 기만인가?3 전쟁 2단계의 전개와 특성─전쟁의 전개 양상: 작전과 전투─아조프연대와 마리우폴 전투─탈산업화 시대의 물량전4 하이브리드전쟁─경제전쟁으로서 대러 제재: EU의 자해인가 러시아의 고립인가?─프레스티튜트와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언론(정보)전쟁5 전쟁의 3단계: 돈바스를 넘어 노보로시야?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1 지정학적 대전환과 신냉전: 단극에서 다극으로─다극 체제로의 평화적 이행은 가능한가?: 지정학의 귀환과 중러 전략협력 체제─미국의 대전략: 글로벌 나토와 동맹 궁핍화─다극 체제와 글로벌사우스2 달러 헤게모니의 위기: 새로운 준비통화의 출현3 산업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 글로벌 경제의 종말?4 정의로운 신세계질서?5장. 한국의 ‘지정치경제적’ 대위기?1 한국의 지정학적 정체성과 오리엔탈리즘2 한국의 대전략: 다극 체제와 포스트 한반도평화프로세스6장. 클라우제비츠와 함께 칸트로?주참고문헌찾아보기
■책 속으로
대리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전쟁개전 초기부터 나는 이 전쟁은 고전적 전면전(적지, 적 영토의 점령을 동반한 적의 완전 섬멸과 무장 해제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 정치적 목표에 과연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점령과 이후의 정권 교체까지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푸틴은 개전과 동시에 이 전쟁의 정치적 목표로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군사화’를 제시했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치고 있는 특수 군사작전은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인 셈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
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대응나토 동진, 특히 그 순번이 우크라이나에 왔을 때 이 문제가 얼마나 휘발성이 강해질지 미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8년 2월 1일자 모스크바발 비밀 전문을 살펴보자. 미국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국무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나토, 유럽연합 협의기구로 전달된 전문은 “러시아는 나토에 의한 포위와 역내 영향력 축소 시도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되지 않은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중략) 나토 가입 문제가 장기적으로 미러 관계의 최대 불안 요소이며, 양국을 전형적인 대결 태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보고한다. 즉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초래할 위험에 내전과 영토 분할, 신냉전이 모두 포함되므로 이는 결국 러시아가 개입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밝힌다. 즉 이 말을 뒤집으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강요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2014년 마이단: 존엄혁명 아니면 ‘뻔뻔한 쿠데타’저항운동의 첫날부터 급진 민족주의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마이단에 가담했다. 진보, 현대화, 인권 등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세력과 급진 민족주의파의 합류는 시민 저항이 반헌법적 정권 타도로 귀결된 무장 투쟁으로 바뀌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 마이단 혁명에서 급진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쿠데타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마이단운동이 형성되었다. 이 근시안적이고 불행한 동맹의 비극적 결과를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다. 젤렌스키는 앞서 약속한 화해 정책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세력 쪽으로 유턴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 중 소수에 불과한 급진파 정치인, 법원, 경찰관, 미디어 종사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프로파간디스트들은 “젤렌스키는 유대인이라서 나치가 될 수 없다”라고 되풀이한다. 그러나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어젠다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우크라이나의 정치 과정을 통제하는 이들이 바로 급진 세력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은 네오나치의 공간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배후에는 당연히 미국이 있었다. 특히 나토 대사를 지냈고 현재 국무부 차관인 빅토리아 눌런드가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무장 나치들은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 군경을 대신해 사실상 미국이 조직한 국립 경찰을 장악했고 국방군에도 정식 편입된 상태다. 조선의 해방 직후를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이유로, 또한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지원한다는 구실로 인종주의, 백인 우월주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나치 집단의 뒷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떻게 네오나치가 국회의장이 될 수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중에서전쟁의 1단계: 러시아의 패배인가 대기만술인가?젤렌스키는 한편으로 나토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해야 나토 가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전쟁을 일종의 나토 입장권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4월 러시아 국방부는 ‘전쟁 2단계’를 선언했다. 그러자 서방 언론은 러군이 키예프 점령에 실패해 패주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했다는 말이다. 이 우크라이나 대승론은 장기 전쟁의 모멘텀이다. 이로써 전장의 실제 상황과 분리 자립된 상상 속의 내러티브 전쟁이 시작되었다. 관념 속, 머릿속 새로운 전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탈산업화 시대의 물량전첫째, 미국의 연간 포탄 생산량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잘해야 10일에서 2주를 버틸 수 있다. 둘째, 러시아는 지금까지 1100발에서 21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은 연간 110발의 프리즘PRISM, 500발의 재즘JASSM, 60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구매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러시아가 고작 3개월 만에 미국이 한 해에 생산하는 미사일의 네 배를 태워버렸다는 뜻이다. 버시닌 중령은 미국의 포탄 재고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10~1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군이 참여한 최근의 워게임에서 영국군은 확전 8일 만에 비축한 포탄을 다 써버렸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 버시닌은 서방은 대규모 전쟁을 치를 만한 산업 역량이 없다고 추론한다. 두 강대국의 장기전에서 승패는 어느 쪽의 제조업 기반이 더 튼튼한지에 달렸다. 국가는 미래 전쟁에서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유사시 무기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 설비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서방은 둘 다 없다는 것이다.---「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경제전쟁으로서 대러 제재: EU의 자해인가, 러시아의 고립인가?“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러시아를 굴복시킬 거라고 오판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사실은 그 반대다. 러시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면 러시아의 수출은 서방의 경제 후생에 결정적이다. 러시아가 밀, 탄산칼륨, 가스, 석유, 팔라듐, 제련 니켈, 그 밖의 핵심 광물을 서방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유린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프레스티튜트와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언론(정보)전쟁마이클 허드슨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인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반전을 말하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보도하는 매체는 놀랍게도 공화당 우파인 폭스뉴스이다. 오직 이 채널만 러시아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사태를 우리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전쟁에 반대하는 세력은 공화당과 우파이다. 좌파는 찬성 일색이다. 좌파가 집권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사태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다.” 지금 이 전쟁은 네오콘 전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리버럴 혹은 진보네오콘의 대리전쟁이다.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중에서미국의 대전략: 글로벌 나토와 동맹 궁핍화조약의 이름은 ‘북대서양’으로 한정되는데 신전략 개념은 슬그머니 ‘유럽과 대서양 지역’으로 확장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의 “체제 변경 도전systemic challenges” 위협을 강조한다. 더군다나 중러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로 인해?입만 열면 등장하는?‘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이제 이번 신전략을 나토판 ‘신냉전’ 선언이라 할 만하다. 나토는 좁은 유럽을 벗어나 글로벌 군사동맹을 선언한 셈이다. 인구로 보면 서구 대 비서구는 각각 12퍼센트와 88퍼센트를 차지한다. 서구와 브릭스의 인구는 각각 7억 8000만 명과 32억 명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경제력은 아직 전자가 크지만 10년 안에 뒤집힐 것이다. 브릭스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가운데 이란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이집트도 가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는 서방(한국 포함) 대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로 블록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당수의 국가는 둘 사이의 완충지대에 남으려 할 것이다. 양대 블록의 관계가 안정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것은 또한 리버럴과 콜로니얼 대 포스트리버럴과 포스트콜로니얼 블록 사이의 분계다. ---「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중에서정의로운 신세계질서?정치군사적 차원에서는 미국과 나토 블록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개입주의를 억지하는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다. 시리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이 일례가 될 수 있다. 중국 또한 핵심 이익 영역에 군사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양극 지경학은 미국의 군사비를 압박하고, 이로 인해 미국은 부단히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고삐 풀린 과잉 팽창을 냉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을 머지않아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력을 해외 투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다극 체제가 완성될 것인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 경과단계로 양극과 다극이 혼성하는 체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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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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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친일의 오늘 - 안익태애국가와 트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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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애국가〉는 표절곡인가? 그리고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행각은 역사적 사실인가? 이 책의 대답은 분명코 그렇다이다. 우리 민족의 국가적 정체성이 반일 독립투쟁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을 생각할 때 친일 작곡가의 곡을 국가를 대표하는 의식에 사용하는 것은 분명 코미디다. 게다가 그 곡이 외국곡을 거의 그대로 표절한 곡이라니 이건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안익태 〈애국가〉는 해방 직후부터 숱한 논란을 야기해왔으며 보수, 진보를 망라해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애국가〉가 불가리아 노래 〈오, 도브루잔스키 크라이〉의 표절곡이라는 데 대한 동의를 넘어 분개하는 마음이 저절로 솟구칠 것이다. 전체 16마디 중 무려 12마디의 선율이 거의 그대로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보다 음악적 분석을 통해 표절론에 종지부를 찍고 있는 점이다.한편 최근의 ‘트로트 열풍’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문화생활이야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지라도 트로트 바람을 타고 돌연 ‘한국 고유양식’론까지 대두하는 판이다. 하지만 트로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일본제국주의 식민 지배와 일본 대중음악인 쇼와가요에 가닿게 된다. 쇼와가요, 곧 엔카와 트로트의 음악적 비교 분석을 통해 그 뿌리가 결국 하나이고, 트로트가 식민 지배라는 구조 속에서 이식 강제된 음악양식임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는 점에 이 책의 또 다른 가치가 빛난다.
■목차
들어가는 말안익태 〈애국가〉와 국가상징 __이해영표절곡을 언제까지 ‘애국가’로 부를 것인가 __김정희음악문화의 가치 선택 __신현국트로트의 음악적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__박영금엔카와 트로트, 그 탄생과 음악적 연관성 __강태구
■출판사 리뷰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돌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등장하였다. 트로트 바람을 타고 ‘한국 고유양식’론까지 대두하는 판이다. 하지만 그것이 포스트 민주화 시대,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퇴행적’ 감수성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적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일본제국주의 식민지배와 ‘친일’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가닿기 때문이다.이 책은 친일의 오늘을 상징하는 문화사적 사건으로 에키타이 안(안익태)의 〈애국가〉와 트로트 두 가지를 소환한다. 앞의 것이 과거의 친일을 상징하는 그렇지만 우리의 음악적 공생활을 강제하는 이벤트라면, 뒤의 것은 현재의 은폐된 친일의 대표 일상이다.이해영은 국가상징으로서 안익태 〈애국가〉의 적격성을 역사정의의 관점에서 묻고 있다. ‘애국가’를 통해 ‘애국’이라는 기본가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을 만든 사람이 최소한 애국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언명법이다. 하지만 안익태는 친일과 일제 동맹국 독일을 위한 친나치 부역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비애국적’ 애국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형용모순이다.작곡가이자 한국음악학자인 김정희는 음악 분석을 통해 안익태 〈애국가〉의 표절성을 고발하고 있다. 〈애국가〉가 표절곡이라니, 그것도 다른 나라의 곡을 표절한 노래라니,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안익태 〈애국가〉는 불가리아 노래 〈오, 도브루잔스키 크라이〉의 표절곡이다. 선율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총 16마디 중 12마디의 선율이 유사하고, 〈애국가〉의 출현음 총 57개 중 맥락과 음정이 일치하는 음은 모두 33개로, 일치도가 58%이다. 변주된 음까지 포함하면 그 개수는 41개, 유사도는 72%로 높아진다. 음악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안익태 〈애국가〉 표절의 실상을 해부한 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박영금은 일본과 한국의 전통음악, 그리고 트로트의 음악 요소를 세밀히 비교함으로써 트로트의 음악적 뿌리가 일본 쇼와가요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더 이상 트로트가 ‘한국 고유의 음악양식’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일본근대 음악사를 연구해온 강태구는 엔카로 통칭되는 일본 대중음악 탄생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엔카와 트로트가 어떻게 음악적 골격을 공유하게 되었는지를 살피고 있다. 결국 ‘음악의 근대화’라는 문화사적 맥락과,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엔카, 즉 쇼와가요와 트로트는 필연적으로 그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물론 현재 음악적 장르로서의 엔카와 트로트는 한일 양국의 문화풍토 속에서 각자 독자적으로 변용 발전해왔기에 하나의 장르로 묶어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트로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한국 대중음악의 한 갈래로 자리했다고 해서 그 음악적 뿌리가 바뀔 수는 없는 법이다. 올바른 일본문화 수용을 위해서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필요가 있다.결론적으로 이 책은 안익태 〈애국가〉와 트로트라는 두 개의 사건을 통해 친일의 오늘을 보고 있다. 이 두 가지가 오늘의 친일을 정당화하고 강화시키는 문화적 토대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치론이 배제된 채 국가 의식과 학교행사 등에서 법정 국가(國歌)의 지위에 있지도 않거니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안익태 〈애국가〉 부르기가 강요되고 친일음악인의 노래가 울려 퍼지니 어찌 친일사상이 우리의 의식을 좀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해방 직후부터 안익태 〈애국가〉를 폐기하고 법적 지위를 갖는 새로운 국가를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꾸준히 제기되었던 것이다. 더 이상 ‘친일’이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를 살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국가’를 제정해야 한다. 이 책은 그 같은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이 일군 공동작업의 결실이다.
■저자소개 - 이해영
1962년 마산에서 나고 부산 혜광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울대학교 지역종합연구소 특별연구원을 거쳐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지금에 이른다. 이 대학에서 국제평화인권대학원 원장을 맡은 적이 있고, 그 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KNCC, 국제통상연구소등 다수의 시민단체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해 왔다. 산업통상부, 몇 개의 국회상임위,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도 오랫동안 자문을 한 바 있다. 21세기정치학회 이사를 했고, 한국안보통상학회,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 (독문, 1994)를 상재했고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2000), 『낯선 식민지, 한미 FTA』(2006)를 저술했다. 이 밖의 공저로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2008), 편저로 『1980년대: 혁명의 시대』(1999), 『한미FTA 국민보고서』 (2006),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2007)가 있다. 논문으로 「칼 슈미트의 정치사상: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중심으로」(2004) (『21세기 정치학회보』 14(2)호), 「역사문제와 ‘동맹의 논리’: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중심으로」(2016) (『씨알의 소리』 2016년, 11·12호) 등 다수가 있다. 주된 연구 영역은 서양정치사상과 국제정치경제다. 대학에선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을 강의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하면서 한미관계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자소개 - 김정희
김정희는 음악학 박사이다. 작곡가, 한국음악학자. 부산예술대학 음악과, 중앙대학교 한국음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전문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박사 졸업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강사를 지냈다.MBC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민요전문방송작가(2011년 5월~2013년 8월) 역임, 국악관현악 〈홍애기〉, 실내악 〈풍구타령〉, 서도피리산조 〈아용소리〉, 무반주남성중창곡 〈가거도 뱃노래〉, 무반주혼성중창곡 〈시선뱃노래〉 등을 작곡했다. 논문에 「평안도민요의 음조직 연구」, 「향토민요에 나타난 전조유형 연구」, 「민요의 시김새 유형에 관한 일고찰」,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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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